2018년 4월 5일 목요일

두 회사에 대한 경험.

나는 패턴 메이커다.

이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은 캐나다 회사에 대해, 특히 패션 회사에 대해, 더더욱 캐나다 패턴사에 대해 궁금해 하실 분들일꺼라 예상된다.

그 동안 블로그를 하며 캐나다 회사에 대해 무슨 말들을 적어야하나 고민을 많이 해보기도 했었다. 경험을 얘기해야 하나? 내 경험이 전부가 아닌데? 전반적인 느낌을 얘기해야하나? 다른 분야의 느낌은 모르는데 등등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으며, 어디서 부터 적어야 할지도 감이 오질 않았다. 

우선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다녀본 회사는 지금이 두번째이다. 첫번째는 막 시작하는 작은 스튜디오였다. 근무 시간도 들쭉 날쭉 출근 할때도 있고, 안 할때도 있고.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는 스튜디오라 뭔가 정립되어 있는게 없었다. 사장 조차도 패션쪽은 처음이였으며, 투자를 받아 하는 곳이라 돈을 너무 아끼기에, 막 패션 디자인과 졸업한 사람을 디자이너로 고용하고, 원단과 재료에 돈을 아끼고 하기에 뭔가 나오기도 힘들었다. 정말 졸업 작품 준비하는 느낌이였다. 그래도 할일은 최선을 다했다. 막 졸업한 디자이너를 가르쳐가며, 도식화를 그려가며, 디자이너는 정말 그림만 그리고, 내가 패턴 뜨면 그 디자이너는 그걸로 옷을 만들었다. 막 졸업했는데 미싱질이 좋을리가 없었다. 그래도 열심히 배우려하고, 잘 들어줘서 그건 많이 고맙기도 했다. 그 디자이너와는 여전히 연락하며 지내고 있다. 첫번째 스튜디오에서의 기억은 나쁘지 않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으며, 디자이너와 상의해가며 일을 했기에 좋았었다. 하지만 아무리 좋아도 회사에서 일을 하는 이유는 일하는 만큼의 대가는 필요했기에 그게 좀 아쉬웠다.

그 다음 면접을 보기 시작한지 4-5개월 만에 두 번째 회사, 지금 근무하고 있는 회사에 입사하게 된다. 인사과와 전화 면접, 화상 전화 면접, 패턴 메이킹과 샘플링 테스트 면접, 매니져들과 면접, 실습 면접까지 하고서야 입사를 했다. 처음엔 정말 꿈만 같아 좋았었다. 크기로만 본다면 한국의 대기업 패션 회사 정도에 입사한거니 말이다.

오래되고 큰 회사이다 보니 지켜야 할 것도 많아 그게 귀찮았었다. 하지만 회사 측에서보면 많은 직원들을 관리하려면 꼭 필요한것이라 본다. 또한 오래된 회사이다 보니 체계가 잘 잡혀 있어 일하는건 그리 어려울것이 없었다. 이 부분은 시간이 지나니 난 그냥 교체된 새로운 부속품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 수록 패션 회사처럼 느껴 지지가 않았다. 안되는게 많아 자유롭지 못하며, 디자이너가 없어, 디자인은 산으로 가며, 패션을 하는게 이니라 그냥 옷을 만드는 공장 같단 느낌이 들기 시작했으며, 몇 시즌을 돌고나니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의 마네킹이 더더욱 필요했고, 여유시간에 마네킹과 놀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걸 하고 싶어서 말이다.

오래되고, 큰 회사의 특징은 변화하기를 싫어한다는것이다. 더더욱 이 회사에는 25년이상 일한 사람이 70명이상이 일하고 있기에 변화는 더더욱 어렵다. 또한 시스템은 1990년대에 머물러 있어, 젊은 세대가 바라는 시스템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따라서 젊은 사람들의 이직율이 너무 높다. 일년만 지나면 익숙한 얼굴들이 없어지고 새로운 얼굴들이 나타난다. 따라서 중간 경력의 사람들이 너무 없어, 세대간의 차이가 너무 커져 버렸다. 따라서 수직적 분위기로 변해 버린거 같다. 한국의 전형적인 회사와 비슷하다고 볼수 있겠다. 

그렇다고 회사가 안 좋다는 말이 아니다. 좋은 점들도 있다. 체계가 잘 잡혀 있어 일이 그다지 까다롭지 않다는것이고, 데이터가 많아 일이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스타일이 거의 정해져 있고, 변화를 싫어해 어려운 패턴을 안 만들어도 된다는 것이다. 또한 보고만 하면 책임은 매니져들에게 돌아가기에 엄청 큰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직원 할인이 많다는 것인데 나이대가 좀 있는 브랜드라 끌리지는 않는다. 아직 사본적이 없다.ㅋ

평가를 해본다면, 첫번째 같은 시작한지 얼마 안된 패션 회사는 체계가 없어 초반에 힘을 많이 써야하겠지만 자유롭고,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어 좋다 하겠다. 그리고 오래되고 큰 회사는 체계가 잘 잡혀있고, 데이터가 많아 일하기는 어렵지 않겠으나 화사내 지킬게 많아 귀찮고 고달프다는 것이다. 이곳은 한국이 아니기에 남의 눈치보며 꼭 큰 회사에 다녀야 하는건 아니다. 그러니 장, 단점을 잘보고 본인에 맞는 회사를 선택해야하겠다.  

나는 패턴 메이커다. 

댓글 6개:

  1. 저는 지금 무역쪽 다이마루를 주로하는 샘플실에 있어요 저희쪽도 디자인없이 옷에 아는 사람도 없이 옷이 산으로 가고 있어요. 일은 산더미같고 영업부들은 하도 많이 바껴서 거의다 신입이고 비슷하네요

    답글삭제
    답글
    1. 그렇군요. 디자이너가 없는것도 제가 생각을 바꾸니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더라고요. 디자이너가 없으니 제가 디자이너가 되는거죠. 제가 아이디어 내고, 패턴 만들어서 샘플실에 목업 샘플 요청하고 그거 받아서 내가 아이디어 냈는데 어때? 이러니 엄청 좋아하며 아이디어 더 없냐고 그러더라고요.

      삭제
    2. 본사니 아이디어를 적용할수 있어 좋네요. 여기는 제가 아이디어를 내놓아도 벤더의 담당 영업부의 컴펌 그다음에 벤더 td의 컴펌 그다음에 에이젼시의 컴펌 그리고 바이어의 컴펌이 있어야 적용 가능해요. 가끔 유능한 벤더 td와 일하게 되면 과정이 조금 짧아지긴하지만요. 전에 일본 무역에서 일할때는 간지위주로 진행했어서 조금 유연하게 일할수 있었는데 미주는 스팩위주에 td의 권한이 너무 쎄서 아이디어는 커녕 말도 안되는걸 만들어줘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아요. ㅜㅡ

      삭제
    3. 그렇군요. 저도 한국에서 패턴 사무실에서 일해봐서 이해는 갑니다. 댓글처럼 이곳엔 너무 스펙에 집중하는건 사실입니다. 문제는 이것입니다. 스펙을 맞춰야하고, 핏도 맞춰야하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올라갑니다. 핏이 다음 순위여서 핏에 대한 스트레스는 적지만 제 자신에게 스트레스가 쌓이는거 같아요.

      삭제
    4. 맞아요. 그런데 요새는 스팩도 맞아야하지만 핏도 괜찮아야하고 평평하게 옷을 놨을때 옷이 플렛하게 되어야 한다며... 말이 되지도 않는 요구를 해옵니다.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예요.

      삭제
    5. 이곳도 그러는건 마찬가지 입니다. 여기고 뭣도 모르는 사람들이 요구나 강요를 하기에 그게 스트레스죠~

      삭제

댓글 감사합니다.